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 증시와 부동산 사이에서
요즘 주변에서 주식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올해 수익률 꽤 괜찮다”는 말,
“이참에 차익 좀 챙겨서 뭐라도 해볼까” 하는 말들. 증시가
좋을 때면 늘 그렇습니다. 사람들 마음이 들썩이고, 돈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돈이 가만히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돈에는 발이 달려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돈은 늘 더 나은 곳을 찾아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종착지 중 하나가 부동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이 앞서고, 부동산이 그 다음👂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시장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증시가 한참 달아오르고 나면, 얼마간 시간을 두고 부동산도 뒤따라
오르는 흐름이 종종 나타납니다. 2020~2021년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증시가 먼저 불을 붙였고, 그 차익이 실현되면서 자금이 시차를 두고
부동산, 특히 강남권이나 재건축 단지처럼 입지 좋은 자산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주식으로
번 돈은 본질적으로 “실현되기 전까지는 숫자”입니다. 그 숫자를 현실의 자산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게 사람 심리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신뢰하는 실물 자산은 여전히 부동산입니다.
✌패턴은 주식 팔아서 부동산으로 간다✌
여기서 조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증시가 좋으니 부동산도 따라 오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부동산에 먼저 가는 것은 너무 단순합니다. 실제로는 금리가 훨씬 더 직접적인 변수입니다.
경기가 좋아서 증시도 오르고 금리도 같이 오르는 국면이라면, 부동산은 오히려 대출 부담 때문에 눌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를
낮춰서 돈을 풀어주는 유동성 장세라면, 주식과 부동산이 같이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증시 호황”이라는 한 단어 안에도 성격이 다른 두 가지 국면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어떤
이유로 증시가 오르고 있는지를 봐야, 그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올지 아닐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보유세라는 변수
그런데 돈이 어렵게 부동산까지 흘러들어 와도,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근 화두인 보유세 인상 이슈가 그걸 보여줍니다. 사놓고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매년 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난다는 건,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보유 비용”이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증시에서 건너온 돈이 부동산에 닿았다고 해도, 보유세가 무거워지면 그 돈은 다시 움직일 동기를 얻습니다. 누군가는
버티고, 누군가는 팔고, 누군가는 처음부터 들어오기를 망설입니다. 결국 보유세는 “돈이 부동산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 것인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수문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 같은 국면은 양쪽에서 동시에 봐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증시 차익이 부동산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다른 쪽에서는
보유세가 오래 머물지 말라고 압박합니다. 이 두 힘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실제 거래량과 가격이 결정되는
셈입니다. 특히 다주택자나 고가 자산을 들고 있는 경우라면, “들어올
돈”보다 “버틸 비용”을
더 자주 계산기에 두드려보게 됩니다.
👉지역과 개별 변수가 더 중요
또 한 가지. 요즘처럼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은 증시 흐름보다 그 지역만의 개별 변수가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조합 설립 여부, 규제 변화, 거주
요건 같은 것들이 시장 전체의 분위기보다 더 결정적일 수 있습니다. 큰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가 가진 자산, 내가 들여다보는 그 동네의 사정을 따로 챙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압구정 아파트의 재건축 비례율이 50%미만입니다. 내 아파트의 감정가를 50%만 인정 한다는 셈입니다. 조합원 분양가를 달리 책정 한다 하더라도 체감가격은 반토막, 입주 후 시세가 받쳐 주지 못하면 어찌 될까요?
😎지금은 무릎일까, 가슴일까😎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주식판에 흔히 도는 말로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바닥과 천장을 정확히 맞추려 들지 말고, 적당히 싼 구간에서 들어가고 적당히 비싼 구간에서 나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 부동산으로 흘러들어오는 돈의 위치를 가만히 보면, 무릎보다는 가슴이나 어깨 쪽에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이미 가격이
만만치 않게 오른 상태에서, 증시 차익이라는 새 자금이 막차로 올라타는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들어온 사람들은 무릎에서 탔겠지만, 지금 들어오는 돈은 그보다
한참 높은 자리에서 표를 사는 셈입니다.
1주택자 입장에서는
이게 더 미묘합니다. 팔아도 다시 들어갈 곳을 찾아야 하니, 사실상
매도와 매수가 같은 시장 안에서 맞물려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이
꼭지다, 팔아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판단보다는, 이미 오른 가격 위에 양도세·보유세라는 두 가지 비용까지 얹혔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가격은 가슴까지 올라왔는데, 세금이라는
짐은 어깨 위에 또 하나 얹히는 셈이니까요.
제 경험을 풀겠습니다. 코로나 직전 아파트 가격이 지금 같은 상황으로 올랐죠. 아파트를 팔가 고민하다가 애가 학교 문제가 있어서 못 팔았는데 가격은 다시 내려 가고 3년 후 전 내려간 가격으로 팔았답니다. 여기서 문제가 내가 가지고 있는 집을 팔면 다른 집을 산다고 생각하면 그 집도 올라 있으니 그게그게다란 공식이 되죠. 저는 팔고서 후회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말이죠. 제가 추천 하는 것은 최근 10년내 최고가를 찍으면 집을 팔고 일시 전세나 월세로 옮겼다가 아파트 가격이 다시 하향 곡선을 타면 그 때 다시 사세요가 저의 경험을 드릴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 들어오는 돈은 예전만큼 가벼운 발걸음이 아닙니다. 이미 오른 가격, 무거워진 세금,
그리고 양도세 유예가 끝나며 다시 부활한 중과세까지 겹치면서, 돈이 부동산에 들어오는 길도
예전보다 훨씬 좁아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5월 9일, 그 다음에 벌어진 일
다주택자에게 시한이 하나 걸려 있었습니다. 조정대상지역 내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2026년 5월 9일까지
양도하면 양도세 중과 없이 일반 세율만 적용받는 유예 조치였는데, 4년을 끌어온 이 유예가 정부의 추가
연장 없이 그대로 종료됐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 흥미롭습니다. 5월 9일까지는 절세를 위한 매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3월 말 8만
건을 넘었다가, 유예 종료 직전인 5월 8일에는 6만9천여 건으로
줄었을 정도로 거래가 집중됐습니다. 그런데 5월 10일을 넘기자마자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습니다. 팔 사람들은 이미
다 팔았고, 남은 다주택자들은 이제 와서 팔면 세금만 더 무니 차라리 버티는 쪽을 택한 겁니다.
그 결과로 매물은 더 잠기고, 가격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유예 종료 한 달여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주간 0.27% 상승했고, 일부 다주택자들은
양도보다 증여 쪽으로 방향을 틀기도 했습니다. 양도세 중과로 80%대
세율을 맞을 바엔, 13% 안팎의 증여세를 내고 자녀에게 넘기는 게 차라리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정부가 노린 그림은 “세금
때문에 다주택자가 매물을 던지고, 그 물량을 무주택자가 받아간다”는
쪽이었습니다. 실제로 일부 효과는 있었습니다. 유예 종료가
예고된 이후 강남 3구·용산구는 한동안 하락 전환했고, 매도 물량의 상당수를 무주택자가 사들였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효과가 딱 5월 9일까지였던 셈입니다. 그 이후에는 “팔 이유가 없는 사람들”만 남으면서 매물 잠김과 가격 상승이라는, 정부가 바라지 않던 그림이
다시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1주택자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매물이 잠기면서 가격이 오르면, 갈아타기를
하려는 1주택자 입장에서도 “팔고 다시 사는” 타이밍 자체가 더 까다로워집니다. 시한이 지났다고 끝난 얘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시한이 만들어낸 새로운 국면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결국 흐름을 읽는다는 것👍
돈의 흐름을 읽는다는 건 거창한 예측을 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이 돈이 왜 여기로 움직이는가”, 그리고 “왜 여기서 다시 움직이려 하는가”를 차분히 물어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증시가 좋다는 뉴스나 보유세가
오른다는 뉴스 하나에 들썩이기보다, 그 뒤에 깔린 금리와 정책, 그리고
내가 들여다보는 자산의 개별 사정을 함께 살피는 것. 그게 흐름을 따라가는 사람과 흐름에 휩쓸리는 사람을
가르는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도 돈은 어디론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 방향을 알아채는 사람과, 한참 지나서야 알아채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이런 작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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