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누구 말이 맞을까
어제오늘 부동산 뉴스가 시끄럽습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재건축을 놓고 정면으로 부딪쳤거든요. 페이스북으로, 방송 인터뷰로 서로 반박을 주고받는 걸 보면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정책 논쟁이 붙었다 싶었습니다. 오늘은 이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논쟁의 핵심
김 실장은 KBS 일요진단에 나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은 최소 3~5년이 걸리는 사업이라
단기 공급 수단이 될 수 없고, 오히려 기존 주택이 헐리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있다는 겁니다. 1000호 규모 단지 30개가 동시에 속도를
내면 3만 호가 한꺼번에 멸실된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들었더군요.
오 시장은 하루 만에 페이스북으로 반박했습니다. 재개발·재건축이야말로 양질의 도심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마스터키'이며, 새로운 제도를 만들 게 아니라 이미 돌아가는 엔진에 추진력을
더하면 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낡은 이념과 규제로 정비사업을 막아서는 게 오히려 시장 불안의 최대 리스크라고
맞받았습니다.
👉제 생각은 오세훈 쪽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오 시장 논리가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서울 안에 남은 땅이 없습니다.
신규 택지를 만들려면 결국 남은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하나는 그린벨트를 푸는 것, 다른 하나는 기존 시설을 옮기고 그 자리에 주택을 앉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검토한다는 카드를 보면 경마장을 옮기고, 기무사 부지를 옮기고 하는 식입니다. 이게 얼마나 걸릴 일인지, 그리고 그렇게까지 해서 확보되는 물량이
실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인지부터가 의문입니다. 없는 땅을 억지로 만들어내려는 발상이라는 거죠.
반면 이미 있는 땅, 이미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용적률을 올려서 같은 부지에 더 많은 세대를 짓는 겁니다. 물론
이 방법에는 특혜 시비가 따라붙습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개발이익이 커지니까요. 그래서 정치적으로 다루기 조심스러운 카드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특혜 시비를 피하겠다고 신규 택지 확보에만 매달리는 건, 저는 순서가 바뀌었다고 봅니다.
👉1기 신도시가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특히 주목하는 건 분당, 일산, 평촌, 산본 같은 1기 신도시입니다. 이미
조성된 지 30년이 넘었고, 재건축 논의도 상당히 진행돼
있는 곳들입니다. 이 지역들의 재건축을 확실히 활성화시켜서 시장에 '공급이
온다'는 신호를 주는 것, 저는 이게 지금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봅니다.
1기 신도시 정책 자체가 서울을 수도권으로 분산시키자는
취지였습니다. 강남은 분당으로, 마포권은 일산으로, 동작·관악권은 평촌·산본으로
유도하면서 대량 공급을 했던 거죠. 그런데 이 1기 신도시들이
벌써 재건축 연한을 넘겼고, 구축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은 신축을 선호하게 됐습니다. 국가가 주도하고 인근 시·도지사와 협력하는 정책 공조가 이뤄진다면
집값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텐데요. 여기에도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을 흔드는 건 결국 심리입니다. 지금 수요·공급 미스매치가 불안 심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앞으로 공급이 끊긴다'는 신호가 아니라 '공급이 온다'는 신호가 필요합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명확한 속도를 붙여주면,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신규 택지
개발보다 훨씬 빠르고 확실하게 나타날 거라고 봅니다.
👉멸실 논리 글쎄요!
김 실장 주장의 핵심은 결국 이겁니다. 재건축·재개발을
하면 기존 주택이 헐리니까 주택 수가 일시적으로 줄고, 그래서 가격이 오른다는 논리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논리를 끝까지 밀고 가면 결론이
이상해집니다. 신규 택지 공급도 안 되고, 기존 주택 재건축도
안 하면 도대체 뭘로 공급을 늘리자는 건지 답이 없습니다.
게다가 기존 기관을 이전해야 하고 인허가까지 진행해야 하니,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최소 5년은 걸릴 텐데요.
김 실장 말대로 1000세대 규모 동 30개가
한꺼번에 철거되면 3만 세대가 없어진다는 계산, 이론상으론
맞습니다. 그런데 100세대짜리 동이라면 몰라도, 1000세대면 이미 동이 아니라 단지 규모입니다. 1000세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없으신 듯합니다. 1기 신도시 시범단지만 봐도
500~700세대 규모가 수두룩하거든요.
신규 토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이 선택지가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답입니다. 멸실 효과를 걱정할 게 아니라, 멸실과 신규 공급이 이어지도록 속도를
관리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이 가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하자면👀
오세훈 시장 말대로, 지금 필요한 건 새 제도가 아니라 이미 돌아가는 엔진에 추진력을
더하는 일입니다. 없는 땅을 만들어내려고 경마장이니 기무사 부지니 옮기는 발상을 할 시간에, 이미 재건축 연한이 찬 1기 신도시부터 속도를 내주는 게 훨씬 빠르고
정직한 해법이라고 저는 봅니다.
두 분의 논쟁,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저는
계속 지켜보면서 투자자 입장에서 어느 지역이 먼저 움직일지 짚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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