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공급"과
"1조 원짜리 세금" 사이
말은 다 맞는데, 왜 아무것도 안 풀리나
요즘 부동산 뉴스 보면 열불이 난다. 여야 할 것 없이 다 "공급이 답이다"라고 한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라는 분은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하고, 여당 원내 중진인 송영길 의원도 "종부세·양도세 걷어봐야 1조 원인데 왜 거기에 목숨 거냐"고 한다. 방향은 다 똑같다. 그런데 왜 현장에서는 여전히 삽을 안 뜨는가? 못 뜨는가?.
😀"닥치고 지어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금은 닥치고 지어야 할 정도로 공급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공공이 가진 부지는 샅샅이 찾고 있고, 영등포·구로 공업지구 같은 곳도 검토한다고 했다. 원인 진단도 솔직했다. "2023년, 2024년에 PF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어려웠느냐, 공급 관련 회사들이 전부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공급 준비가 덜 됐다"는 것. 문제의 근원이 PF 경색이었다는 걸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몇 주 지나서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는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매입임대와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제일 효과적"이라며, 정작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서는 "오히려 단기 공급이 더 줄어든다"고 선을 그었다.
😀왜 재건축·재개발엔 유독 조심스러울까
이 대목에서 정치적인 셈법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부동산 커뮤니티나 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이 끝나고 입주가 시작되면 그 지역 표심이 보수 쪽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온다. 실제로 올해 6·3 지방선거를 두고도 목동·흑석·둔촌처럼 정비사업이 활발한 지역에서 보수 표가 늘었다는 분석 기사가 나왔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실거주 비중이 높은 유권자들이 결집한다는 논리다.
이게 사실이라면,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재건축·재개발에
속도를 낼수록 그 지역이 정치적으로 등을 돌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이건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비사업이 활발한 지역은 애초에 자산 규모가 크고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세입자 비중이 줄어드는 등, 표심 변화를 설명할 다른 변수도 많다. 다만
정치권 스스로도 이 프레임을 의식하고 있다는 정황은 여럿 나온다.
매입임대· 비아파트 확대 쪽으로 계속 무게를 싣는 것도,
재건축·재개발처럼 "동네가 통째로 바뀌는" 공급 방식보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덜한 카드를 택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든다.
😒"1조 원에 왜 목숨 거냐"
송영길 의원 발언은 더 직설적이다. "1인 1가구 1주택 종부세·양도세 걷어봐야 1조 원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50조 원 추가 세수가 나는데 왜 1조 원에 목숨을 거느냐"는 것.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보유자를 빼버리는 방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핵심은 여기다. "PF도 풀어줘야 한다. 공급 해봤자 LTV, DTI 같은 대출 지원을 안 해주면 실수요자가 어떻게 집을 사느냐." 세금 몇 푼 걷겠다고 규제를 조여봐야 대세수(50조)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이고, 진짜 시장을 움직이는 건 금융이라는 이야기다.
😠주거용 오피스텔 주택에서 빼라
정부가 지금 만지작거리는 카드 중 하나가 오피스텔이다. 업무용으로 취득하면 취득세 4.6% 단일세율이지만, 주거용으로 쓰면 주택 수에 포함돼 종부세·양도세가 다주택 기준으로 붙는다. 지금 정부가 검토 중인 방향은 주택 수 제외 기준을 전용 60㎡·6억 원에서 85㎡·9억 원까지 넓히는 쪽이다. "오피스텔을 아파트의 대안으로 밀어주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게 딱 봐도 임시방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취득할 땐 비주택, 보유·처분할 땐 주택이라는 이중적 지위 자체가 근본 문제인데, 그걸 손대지 않고 기준선만 올려서 몇 년짜리 일몰 특례로 넘기고 있다. 표심에
부담 없는 "조용한 공급" 카드로 쓰고는
있지만, 정작 제도적으로는 계속 어정쩡하게 걸쳐 놓고 있는 셈이다.
20대30대 젊은 우리 애들을 다세대 다가구 주택으로만 내 몰지 말고 오피스텔 공급이라도
확 늘려서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자, 없는 땅 찾는다고 그린벨트, 준공업지역
모두 풀 요량이면 과감하게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에서 풀어 줘야 공급이 늘어 날 것 아니냐고~.
😊저녁 식당도 살리자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게 있다. 요즘 골목 식당들, 특히 저녁 장사하는 곳들 다 죽어나간다. 다들 경기 탓, 내수 부진 탓만 하는데, 이거 건설 경기랑 직결된 문제다.
현장에서 몸 쓰고 하루 일 끝낸 사람들 생각해보면 답 나온다. 힘들게 일하고 나면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고, 대리운전 부르고, 기분 좋으면 2차로 생맥주 한 잔 더 하고, 주말엔 목돈 만져서 소고기 한 번 먹는다. 이게 다 현장이 돌아가야 나오는 소비다. 건설 현장 하나가 멈추면 거기 딸린 노동자, 자재상, 장비 기사들 지갑이 같이 멈추고, 그 지갑이 멈추면 삼겹살집, 대리운전, 생맥주집, 정육점까지 줄줄이 매출이 빠진다. 우리가 그동안 봐온 부동산·건설 경기와 골목상권의 연관성이 딱 이거다. PF 막히고 착공이 밀리면 몇 달 뒤엔 동네 삼겹살집 사장님이 임대료 못 내서 가게를 빼는 식으로 이어진다.
내란이니 뭐니 정치권이 서로 물어뜯는 건 우리가 알 바 아니다. 그런데 정책 만드는 분들, 이 연결고리를 정말 모르시나. 세금 몇 푼 더 걷을지 말지, 재건축 풀면 표 나갈지 말지 그런 셈법에 머리 굴리는 동안, 현장 노동자들 지갑이 마르고 골목 식당들이 문을 닫는다. 부동산 공급 살리는 게 아파트 몇 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소상공인 살리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왜 이렇게 다들 모르는 척하는지 모르겠다.
😟정작 빠진 이야기 — 시행사 PF
여기까지는 정치인들 레토릭이고, 현장에서 30년 넘게 밥벌이해 온 입장에서 보태자면 — 다들 "PF를 풀어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 정작 누구의 PF를 얼마나 빨리 풀어줄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공급이라는 게 결국 시행사가 땅 잡고, 브릿지론 받고, 인허가 끝내고, 본PF로 전환해서 착공하는 그 사이클이 돌아야 나오는 거다. 2023~2024년 내내 이 사이클이 통째로 멈췄던 이유는 단순하다 — 브릿지에서 본PF로 넘어가는 구간에서 금융기관들이 리스크를 극도로 회피했기 때문이다. 정책실장 본인도 인정했듯이, 그때 시행·시공사들이 겪은 고통이 지금 공급 부족의 직접적 원인이다.
그런데 지금 나오는 대책들은 죄다 수요자 대출, 매입임대, 비아파트·오피스텔 확대 같은 것들이다. 이건 이미 지어진 물건을 시장에 어떻게 흘려보낼지, 혹은 정치적으로 부담 없는 우회로를 어떻게 찾을지에 대한 이야기지, 새로운 공급이 나오는 파이프라인 자체를 뚫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닥치고 공급"을 하려면 재건축·재개발이든 오피스텔이든 결국 사업시행자 단계의 PF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브릿지론 만기 연장이나 이자 유예 수준이 아니라, 본PF 전환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고 금융기관이 움직일 수 있게 최소한의 신용보강을 정부가 직접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지금 멈춰 있는 사업장들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2~3년 뒤 공급 절벽도 막고, 현장이 돌아가야 사는 식당·대리운전·정육점 같은 골목 자영업자들도 함께 산다.
세금 1조 원 가지고 싸울 시간에, 표심 눈치 보며 오피스텔 기준선만 만지작거릴 시간에, 시행사 PF 몇 개 사업장이라도 실제로 풀어주는 게 훨씬 빠른 처방이다. 말로는 다들 "공급이 답"이라고 하면서, 정작 공급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자금줄도, 그 아래 딸린 밥벌이도 아무도 안 건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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